남녀 구분없는 ‘젠더리스 AI 목소리’ 등장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27 09: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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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영국 유명 가수 샘 스미스(27)는 3월 15일 “나는 남성도 여성도 아니며 그 중간 어딘가에 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남녀의 이분법적 구분을 하지 않는 ‘논바이너리(non-binery)’ 개념을 알고 난 뒤 나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다”고 주장해 세계 성소수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스미스처럼 자신을 논바이너리라고 규정하는 이들은 ‘그’나 ‘그녀’ 대신 ‘그들(they, them)’로 지칭한다.

미 정보기술(IT) 전문 월간지 와이어드는 최신호에서 “인공지능(AI) 음성 지원 서비스에도 논바이너리가 쓰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유럽 IT 기업 버추 노르딕과 덴마크 인권단체 ‘코펜하겐 프라이드’가 함께 만든 AI 보이스 ‘Q’는 최초의 성별이 없는 음성, 즉 ‘젠더리스 AI 보이스’를 지향한다. ‘Q’를 개발한 사람들은 남성, 여성,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등 여러 성별에 속하는 사람들의 음성을 합쳐 이를 탄생시켰다. 145∼175Hz(헤르츠) 음역대를 지닌 이 목소리는 남성적이지도 여성적이지도 않다고 와이어드는 전했다.



세계 음성 지원 서비스 시장을 점유한 양대 산맥은 애플의 시리와 아마존의 알렉사다. 둘 다 여성 목소리를 기본으로 한다. 여성계 일각에서는 이에 불편한 반응을 보인다. 일정관리 등 소위 ‘비서 업무’에 왜 여자 목소리만 쓰느냐는 이유에서다. 반면 애플과 아마존 측은 “여성의 목소리가 청취자로부터 친근감과 호감을 얻기 좋다”고 주장한다. 물론 남자 목소리로 변경할 수도 있다.

‘Q’ 제작에 참여한 과학자 줄리 카펜터 씨는 미 기술전문지 패스트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알렉사 같은 서비스가 여성은 ‘일하는 사람을 돕는 존재’라는 기존 성 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특정 성별의 목소리가 아니라 그냥 사람의 목소리처럼만 들리게 하자는 관점에서 ‘Q’ 제작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양성평등과 성 인지 감수성이 점점 중요해지는 사회 변화를 감안할 때 향후 ‘Q’ 같은 서비스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