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아이 울자 안고 일한 출장수리 기사…“보너스 줘라” 훈훈

celsetta@donga.com2019-03-22 17: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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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쓰는 가전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화 한 통이면 수리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습니다. 무더위에도 혹한기에도 달려와 주는 수리 기사님들이 없다면 커다란 에어컨, 냉장고를 직접 수리센터까지 가져가야 하겠죠. 인터넷 회선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고치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최근 두 아이 어머니이자 파트타임 간호사인 미국 여성 제시카 내쉬 도나후(Jessica Nash Donnahoo)씨는 친절한 수리기사를 만나 큰 감동을 받은 나머지 회사에 메일까지 보냈다고 합니다. 제시카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연을 알리며 “이렇게 멋진 분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시카 씨 페이스북 (@JessicaAndDrewAdopt)
3월 16일 인터넷과 TV수신 문제로 수리기사를 호출한 제시카 씨. 그는 세 살 아들 세일러(Sailor)와 두살 달 써니(Sunny)를 키우느라 늘 분주합니다. 기사가 도착할 시간이 되어 가는데 집은 엉망이었고, 선천적 뇌 장애로 앞을 볼 수 없는 세일러가 패닉에 빠져 울부짖자 써니도 같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넋이 나갈 것 같은 상황에서 수리기사 로버트 씨가 도착했습니다. 제시카 씨가 “정말 죄송하다. 아이들 때문에…”라며 어쩔 줄 몰라 하자 로버트 씨는 평온하게 웃으며 세일러를 품에 안고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잠시라도 품에서 떼어 놓으면 자지러질 듯 울부짖는 세일러를 보고도 그는 눈살을 찌푸리거나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시간 가까이 아이를 업거나 안은 채로 일을 계속했습니다. 로버트 씨가 도와준 덕에 세일러는 점차 안정을 찾았고, 제시카 씨는 둘째도 돌보고 집안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크게 감동받은 제시카 씨는 로버트 씨가 돌아간 뒤 인터넷 회사에 공개 편지를 적었습니다.

제시카 씨 페이스북 (@JessicaAndDrewAdopt)
“스펙트럼 인터넷 사 관계자분께. 제 아들 세일러는 선천적 뇌 질환 때문에 의사소통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누가 옆에 달라붙어 있지 않으면 매우 불안해해요. 오늘 아침에도 몇 시간 째 울음을 그치지 않았죠. 두 살배기 딸을 돌보려고 잠시만 떼어 놓아도 우는 통에 집안일을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수리기사 로버트 씨가 집에 도착하자 아들은 기사분께 매달려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일하는 데 방해가 됐을 텐데도 로버트 씨는 침착하게 아이를 꼭 안고 달래 주시며 일을 진행하셨어요. 고객감동 서비스라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감동받았습니다. 로버트 씨는 월급 인상 받을 자격이 있는 분입니다. 이 분은 회사의 큰 자산입니다. 그를 꼭 표창해 주세요.”

제시카 씨가 올린 공개 편지는 소문을 타고 퍼져나가 스펙트럼 사 부회장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부회장 역시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고 있기에 더욱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사측은 “우리도 롭 씨가 자랑스럽다. 그에게 꼭 보상하겠다. 아름다운 일화를 알려주신 제시카 씨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제시카 씨는 “날마다 쏟아지는 폭력, 마약 사건 뉴스에 압도될 정도지만 이번 일로 인간성에 대한 믿음을 다시 되찾은 느낌”이라며 “세상에는 아직도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해 주는 경험이었습니다”라고 기뻐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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