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필 사는 것도 아깝다” 세제 자동판매기 만든 사장님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9-03-15 16: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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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Pod
샴푸나 세탁세제 한 통을 다 써 갈 때쯤 리필(refill)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말랑말랑한 봉투에 들어 있는 리필 제품은 새 제품을 사는 것보다 저렴한데다 부피 큰 플라스틱 쓰레기도 나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리필용 제품의 절약효과로도 만족하지 못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세제를 대량으로 공급하던 미국 기업가 헨리 피노(Henry Pino·55)씨는 일반 가정에서도 세제 리필을 더 저렴하게, 더 친환경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예 쓰던 세제통을 들고 가서 용액만 받아올 수 있게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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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끝에 피노 씨가 떠올린 방안은 자판기였습니다. 음료 자판기처럼 세제 자판기를 공동주택에 설치하면 안정적인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고 고객들도 세제가 떨어졌을 때 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계산이었습니다. 기왕 친환경적으로 접근하는 김에 세제 자체도 환경에 덜 해로운 성분들로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2003년 잘 운영하던 사업체를 처분한 피노 씨는 ‘에코포드(EcoPod)’라는 세제 자판기 업체를 설립했습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세제 사업을 했기 때문에 성분 관련 지식도 있었고, 합성수지가 환경을 얼마나 오염시키는지도 알고 있었다. 신중하게 준비한 끝에 2017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에코포드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EcoPod
에코포드 자판기 한 대 비용은 4000달러(약 453만 원)이며, 크기는 일반 음료 자판기와 똑같아 좁은 공간에도 부담 없이 설치할 수 있습니다. 현재 에코포드 사는 자판기를 무료로 설치해 주고 리필 용액을 팔아 수익을 남기고 있습니다. 자판기를 설치하기로 결정한 공동주택 입주자들은 세탁세제와 주방세제, 다용도세제가 들어 있는 무료 샘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판기 이용료는 1.8kg에 5달러(약 5600원), 900g에 3달러(약 3400원)입니다.

마이애미 기반 편의점 체인 팜 스토어(Farm Stores) CEO 모리스 바레드(Maurice Bared)씨는 “관리도 편하고 환경에 도움도 된다는 점이 맘에 든다”며 본인 소유 편의점 10여 곳에 에코포드 자판기를 설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피노 씨는 큰 수익을 노리기보다는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조금이라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합니다. 그는 “에코포드를 빨리 성장시키고 싶다.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환경을 남겨 주고 싶기 때문”이라 말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