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라고 임산부석 앞에서 불쌍한 척 서있는 거냐!”

kimgaong@donga.com2019-03-14 10:59:42
공유하기 닫기
동아일보DB
임산부 배려석 근처에 서있다가 60대 추정 남성에게 폭언을 들은 임신 8개월 여성의 이야기가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3월 13일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만삭 임산부 전철 탔다가 X욕 먹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 A 씨는 자신이 8개월 임신부라고 소개하면서 “친정에 급히 갈 일이 생겨서 전철을 탔다”라고 적었습니다. 친정까지 가는 데에는 환승 1번이 필요했습니다. 

처음 탄 전철에서는 한 여성이 바로 일어나 양보를 해주어 앉아서 갈 수 있었습니다. 환승한 전철에는 자리가 없었지만 4정거장만 가면 됐기에 그냥 서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6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A 씨를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인네가 다리가 아파서 좀 앉았다. 임신이 벼슬이라고 이런 자리까지 만들었냐. 너도 그렇다. 왜 (임산부 배려석) 근처 와서 불쌍한 척 서있냐. 노인인 내가 양보라도 해줘? 그럴까?’라며 몰아붙였습니다. 

ⓒGettyImagesBank
남성이 너무 위협적으로 A 씨를 몰아붙이는 분위기라 주변에 있던 승객들은 A 씨를 감싸주었습니다. 아주머니들은 A 씨에게 자리를 내어주려고 했지만 금방 내릴 예정이라며 양보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60대 남성은 다른 승객들이 유난을 떤다고 하면서 ‘양보해줘도 고마워도 못 하는 X. 애 낳아서 잘도 키우겠다’라고 폭언했습니다. 

A 씨는 남성과 말이 통하지 않을 것다는 판단에 말을 섞지 않았습니다.

A 씨는 커뮤니티에  “임신이 벼슬이라고 생각한 적도, 타인의 배려를 당연하게 여긴 적도 없는데 너무 속상하다”면서 “출산 전까지 전철 타게 될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진짜 트라우마 생길 것 같다”라고 토로했습니다. 

해당 게시글은 3월 14일 오전 기준 조회 수 8만 회를 넘었고 1100여 명의 공감을 받았습니다. 

누리꾼들은 “노망난 사람 아니다. 임신부가 눈앞에 있는데 일어나긴 싫고 안 일어나면 자기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거라고 인식하고 있으니까 남의 잘못으로 몰고 가려는 거다”,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양보해주신 분들과 아주머님들 생각하시며 잊어버리세요”, “우리나라 출산율 낮다고 맨날 칭얼거리면서 막상 임산부한텐 임신이 벼슬이냐고 하는 나라”, “옛날엔 죽기 살기로 싸워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임신하니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배라도 걷어찰까 봐”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갈등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인구보건복지회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출산 경험이 있는 임산부 4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8.5%가 ‘대중교통 임산부 배려석 이용에 불편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