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독방에서 한 달 살면 1억’ 도전 포커선수, 결말은?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9-03-06 15:15:05
공유하기 닫기
생필품이 갖춰진 집에서 1년 동안 안 나가고 10억 받기 vs 그냥 살기’.
‘인터넷, 휴대폰 없는 독방에서 한 달 살고 1억 받기 vs 그냥 살기.’

현실성 없는 상상이지만 인터넷 잡담 주제로 종종 올라오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1억을 걸고 한 달 독방 살이 내기에 도전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소식은 지난 1월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에도 소개되었습니다.



미국 포커 선수 리치 알라티(Rich Alati)는 지난해 11월 10일 동료 선수 로리 영(Rory Young)과 ‘인간 정신력의 한계’에 대해 얘기하다가 이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 다 멘탈이 중요한 포커 선수이니만큼 과연 사람이 극한 상황에서 오직 정신력으로 며칠이나 버틸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Rich Alati / The Guardian
‘완전히 깜깜하고 소리도 없는 독방에서 한 달 동안 지내는 게 과연 가능할까’라는 주제로 한 시간 동안이나 진지하게 토론하던 이들은 결국 진짜로 내기를 걸었습니다. 영 선수는 “만약 당신이 성공하면 10만 달러(약 1억 1000만 원)를 주겠다”고 통 크게 말했고, 알라티 선수는 “좋다. 반대로 내가 실패하면 당신에게 10만 달러를 주겠다”고 즉시 수락했습니다. 평소 경기력 향상을 위해 명상과 요가로 멘탈을 다져 왔기에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도전 조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외부의 소리와 빛이 차단된 욕실에서 한 달 살기
- 부정행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적외선 카메라 설치. 영상 녹화 됨.
- 불 켜지지 않는 냉장고에 물 저장.
- 음식은 동네 식당에서 주문해서 넣어 줄 것임. 단, 세 끼가 정해진 시간에 배달되면 시간을 짐작할 수 있으므로 식사는 불규칙하게 배달될 예정.
- TV, 라디오, 휴대폰 등 외부의 소식을 접하거나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수단 차단
- 이불, 비타민 영양제, 요가 매트, 운동용 밴드, 마사지 볼, 아로마테라피용 라벤더 오일, 목욕 용품 반입 가능

반쯤 장난으로 시작한 내기는 점점 진지한 실험이 되어 갔습니다. 상상만 하던 일에 내기까지 걸고 진짜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주변 포커선수들과 정신의학 전문가들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일부는 포커 선수 멘탈이라면 가능하다고 했지만 대부분은 무모한 도전이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다니엘 문 앤더슨(Danielle Moon-Andersen) 선수는 “우리 포커선수들이 세상 모든 것에 내기 거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이번 내기는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미친 내기”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정신과 의사 마이클 문로(Michael Munro)씨도 영 씨에게 “만에 하나 알라티 씨가 성공한다 해도 그의 정신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시 생각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실제로 고독감은 인간의 정신을 매우 빠르게 손상시킵니다. 국제연합(UN)은 죄수를 15일 이상 외부와 완전히 격리시키는 행위는 고문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장기간 아무도 만나지 못 하고 고립 상태에 있던 죄수들은 불안, 분노, 절망 등 정신적 위험 상태에 빠지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하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GettyImagesBank
알라티 씨는 주변의 우려를 웃어넘기고 자신만만하게 도전했습니다. 첫 날 오전 8시 5분 방에 들어간 그는 일시에 모든 빛이 사라지자 얼어붙은 듯 잠시간 우뚝 서 있더니 이내 자리에 누워 잠들었습니다. 이후 그는 식사, 양치, 목욕을 하며 최대한 평소처럼 생활하려 노력했습니다.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옷도 잘 갖춰 입었고 요가와 명상을 지속했습니다.


열흘이 지난 뒤에도 알라티 씨가 아무 문제 없이 생활하자 영 씨는 ‘이러다 정말 10만 달러를 잃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15일째 되는 날 영 씨는 독방에 연결한 스피커로 “2주나 버텼으면 할 만큼 했다. 지금 나오면 5만 달러(약 5600만 원)를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알라티 씨는 코웃음을 치며 “됐다. 조금만 더 버티면 10만 달러를 얻는데 뭐 하러 지금 나가겠느냐”며 여유롭게 거절했습니다. 협상 끝에 알라티 씨는 20일째 되는 날 6만 2400달러(약 7000만 원)를 받고 방에서 나왔습니다.

선글라스를 쓰고 방에서 나온 알라티 씨는 “쉽지만은 않았다. 환각이 보일 정도였다. 2주 째 되던 날 스피커에서 영 씨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펄쩍 뛸 정도로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는 “그래도 나는 풍부한 식량과 위생적인 환경이 갖춰진 상태였던 데다 ‘30일에 10만 달러’라는 구체적 목표가 있었으니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죄수들은 이렇게 버티지 못 할 것”이라며 빛과 사물,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고 밝혔습니다.

돈을 지불하게 된 영 씨도 홀가분하다는 듯 “내가 진 셈이지만 공정한 내기였고 우리 둘 다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