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에서 사라진 8살 5살 자매 ‘기적의 귀환’

최현정 기자
최현정 기자2019-03-05 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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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훔볼트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
미국 북부 캘리포니아 숲에서 길을 잃었다가 44시간 만에 구조된 8살과 5살 자매가 나무 잎사귀에 고인 빗물을 마시며 살았고, 아버지가 구하러 온다는 믿음으로 두려움과 싸웠다고 말했다.

3월 5일 ABC뉴스에 따르면, 레이아 캐리코(Leia Carrico‧8)와 동생 캐롤라인(Caroline Carrico‧5)은 지난 1일 캘리포니아 벤바우 집 근처 사슴 산책로를 걷다가 길을 잃었고 아버지가 절대 가지 말라고 한 숲속으로 들어갔다. 캐롤라인은 “언니는 아주 작은 모험을 하고 싶어 했지만, 나는 더 큰 모험을 원했다”라며 실종 사건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말했다. 



소녀들은 3일 오후 집에서 약 1.4마일(약 2.3km) 떨어진 곳에서 자원봉사 소방대원들에게 발견됐다. 아버지 트래비스 씨는 아이들이 구조 전까지 6마일(약 9.7km)은 걸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어느 순간 언니 레이아는 아까 봤던 금속 막대기를 발견하고 둘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레이아는 ABC에 “난 어느 길로 집에 가는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알고 보니 우리 집은 남쪽으로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라고 말했다. 

출처=ABC 뉴스
레이아와 캐롤라인은 비옷을 대피소 삼아 쏟아지는 비를 피했고, 밤이 되자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덤불 아래서 함께 껴안고 있었다고 말했다.


레이아는 숲에서 길을 잃은 첫날 밤을 떠올리며 “동생이 밤새 울었다. 동생에게 우리 가족에 관한 행복한 생각을 떠올리라고 말했다”라고 했다. 그러자 동생 캐롤라인은 “언니가 야생동물을 밤새 감시했다”라고 말했다. 아이는 “엄마 아빠랑 공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바다에 갈 생각도 했다. 별생각을 다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동생은 잠시 잠이 들었지만, 언니는 이틀 밤을 꼬박 새웠다. 야생동물로부터 동생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죄책감에 떨었다. 아이들이 어머니에게 ‘햇살 장소’로 소풍을 하러 가자고 했는데, 바쁘다고 한 것이다. 오후 3시쯤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녔지만, 딸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 미스티 씨는 “끔찍하고 두렵고 죄책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반면 아버지 트래비스 씨는 아이들이 곧 집에 올 거라고 생각하며 당황하지 않았다. 하지만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아버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온 지역을 헤맸다.

부모의 신고를 받고 헬리콥터가 집결하고, 200명 이상의 경찰과 군 병력과 소방대원 등 대규모 수색단이 인근을 샅샅이 뒤졌다. 트래비스 씨는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웅크리고 우는 것까지 모든 감정을 다 겪었다”라고 말했다. 미스티 씨는 “비까지 쏟아졌다. 아이들의 비명 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울렸다”라고 피 말리던 순간을 회상했다. 


출처=훔볼트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
소녀들은 이틀 밤, 일요일 아침 내내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밤이 되면 ‘허클베리 집’이라고 불렀던 덤불 속에 들어갔다. 레이아는 “불을 어떻게 피우는지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해가 져서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트래비스 씨는 딸들을 찾다가 아이들이 밤에 머물렀던 덤불 더미를 발견했다. 아이들은 이 근방에 있는 것이다.

소녀들은 10일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캘리포니아주 피어시 델버트 크럼리 소방대장, 에이브람 힐 소방관에게 발견됐다. 크럼리 씨는 “누군가 ‘아빠’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가 이름을 부르니, ‘바로 여기 있다’라고 대답했다. 아이들보다 우리가 더 흥분했다”라고 전했다.

드디어 두 아이는 부모와 재회했다. 노스 코스트 저널 신문 온라인 판에 올라온 재회 동영상은 감동적이다. 아빠 트래비스 씨는 막내딸 캐롤라인을 끌어안고 눈물을 글썽이며 “사랑해, 너 때문에 너무 걱정했어”라고 말했다.

큰딸 레이아가 또 다른 차를 타고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달려가 재빨리 안아 주었고, 결코 딸을 놓지 않을 것처럼 끌어당겼다.


소녀들은 허클베리 잎에 고인 빗물을 마셨다고 말했다. 윌리엄 혼살 훔볼트 카운티 보안관은 소녀들이 이용한 최고의 생존법은 길을 잃었다는 것을 깨닫고 ‘허클베리 집’ 덤불에 머물렀던 것이라고 말했다. 혼살 보안관은 ABC뉴스에 “비가 와서 저체온증이 올 수 있었지만, 아이들은 비를 피해 덤불 속에 있었다. 이것이 소녀들의 생존의 핵심 키”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머리 위에서 수색하는 주방위군 블랙호크 헬리콥터 소리를 듣고 나와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크럼리와 힐 소방관이 그들의 이름을 부르는 걸 들었을 때 씩씩하게 대답했고, 덕분에 살 수 있었다.

혼살 보안관은 소녀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말했다. 자매는 동네 병원으로 옮겨졌고 거기서 검사를 받았다. 또한 피자 한판을 선물받고 활짝 웃었다.

혼살 보안관은 “긁힌 자국도 하나 없고, 비에 젖지도 않았다. 아이들은 키가 큰 나무 아래에 머물 정도로 똑똑했다. 그리고 길을 잃었다는 걸 안 순간 멈췄다. 정말 잘했다”라고 말했다.

자매는 어머니가 주문한 GPS 위치 추적 장치를 부착할 때까지 다시는 집에서 멀리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스티 씨는 “아이들을 혼내지 않으려 한다. 두 아이가 서로를 구했다. 나는 자랑스러운 엄마다. 슈퍼 영웅을 키웠다”라고 말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