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엄마를 위해 3년간 교복 입은 31세 아들

hwangjh@donga.com2018-12-21 18: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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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치앙 씨 모자의 위챗 대화를 재구성.
알츠하이머를 앓는 어머니를 위해 3년간 고등학교 교복을 입어온 삼십대 남성이 누리꾼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고 청두완바오 등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중국 쓰촨성 청두시에 거주하는 왕치앙(王強) 씨의 올해 나이는 31세. 십 여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장인이다.

그러나 왕 씨는 요즘도 매일 저녁 교복을 입는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를 위해서다.

그의 어머니는 벌써 5년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3년 전부터는 증상이 악화돼 어머니의 기억 속 왕 씨는 어린 고등학생으로 남아버렸다. 졸업 이후 취업을 위해 어머니와 함께 살던 다저우시를 떠나 청두시로 왔기 때문에 왕 씨는 어머니를 휴대전화 너머로 만날 수 밖에 없다.

왕 씨는 어머니를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로 결심했다. 진짜 학생처럼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서 밤 9시30분에는 자습을 하고, 10시30분쯤 이제 자겠다는 문자를 보낸다.

잠들기 전에는 1시간 가량 어머니와 영상통화도 한다. 고등학생 때 입던 교복을 꺼내 입고 어머니에게 학교 이야기를 한다.

왕 씨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어머니의 기억을) 바로잡아보려고도 했지만 점점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바로잡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 역시 아직 학교에 다는 기분이 들어 즐겁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연은 왕 씨가 휴대전화를 분실하면서 우연히 알려졌다. 휴대전화를 주운 조(趙)모 씨가 직장인인 왕 씨의 학교생활 문자 내용을 보고 사연을 물은 것이다.

이후 왕 씨는 사연을 알게 된 직장동료들의 응원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의 이야기에 감동한 여자친구도 얻게 됐다. 그의 여자친구는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가 부모를 공경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편 왕 씨의 어머니는 고향집에서 친척들의 돌봄을 받으며 살고 있다.

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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