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성폭행범 세 명 ‘심판’ 한 남아공 엄마, 정당방위 인정

celsetta@donga.com2018-12-21 10: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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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보호하기 위해 집단성폭행범 세 명을 공격해 한 명을 살해하고 두 명에게 중상을 입힌 '사자 엄마'. 신원 보호를 위해 이름과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음. ⓒGettyImages
딸을 집단 성폭행하던 남자들을 붙잡아 한 명을 살해하고 두 명에게 중상을 입힌 남아프리카 여성이 정당방위를 인정받았습니다. 12월 1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스턴케이프주 법정은 살아남은 범인 두 명에게 각각 징역 30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뉴스위크 등 외신은 이름 대신 ‘사자 엄마(Lion Mama)’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이 57세 여성이 법원 판결에 크게 기뻐했다고 17일 보도했습니다.

‘사자 엄마’는 지난 2017년 9월 1일 딸이 괴한 세 명에게 끌려갔다는 끔찍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위험을 알려 준 사람은 딸아이의 친구였습니다. 즉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곧바로 출동하기는커녕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일 뿐이었습니다.

분노한 어머니는 집에서 식칼을 빼어 들고 딸 친구에게 들은 장소까지 3km가 넘는 거리를 달려갔습니다. 그는 범행현장인 집에 들이닥치자마자 딸을 둘러싸고 있던 남자들에게 칼을 휘둘렀습니다. 범인 중 한 명인 자밀레 시예카(Zamile Siyeka)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나머지 두 명인 솔리사 시예카(Xolisa Siyeka·24)와 음세디시 부바(Mncedisi Vuba·31)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딸을 보호하기 위해 집단성폭행범 세 명을 공격해 한 명을 살해하고 두 명에게 중상을 입힌 '사자 엄마'. 신원 보호를 위해 이름과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음. ⓒGettyImages
사건 이후 ‘사자 엄마’가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되자 국민 여론이 거세게 들끓었습니다. 사자 엄마가 법정 싸움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성금을 모으자는 온라인 모금이 이어졌고 변호사와 법률 전문가들도 앞다퉈 무료 변론을 맡겠다고 나섰습니다. 전 국민이 나선 결과 사자 엄마는 10월 정당방위를 인정받고 모든 혐의를 벗었습니다.

생존한 용의자 두 명에게 중형이 선고됐다는 소식에 사자 엄마는 “판결에 만족한다”면서도 청년들이 방황하다 범죄의 길로 빠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그는 “젊은이들이 어려서부터 잘 교육받고 좋은 일자리를 얻어 순탄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자연히 범죄도 줄어들 것”이라 말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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