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범죄자’를 둘러싼 논란

hwangjh@donga.com2018-11-27 16: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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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로 화제가 된 칭천진량(빨간 네모 속 인물). 사진=몐양시 공안 당국 공식 웨이보 갈무리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범죄자’의 수배전단이 공개돼 논란을 낳고 있다.

최근 신경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중화권 언론은 사기 혐의로 수배된 중국 여성의 수배전단이 공개된 뒤 그 ‘미모’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월 20일 중국 쓰촨성 몐양시 공안 당국은 공식 웨이보(중국 SNS)를 통해 7인조 지우투어(酒托, 술을 먹여 바가지를 씌우는 사람) 사기단을 공개 수배했다.

이들 일당은 혼성 7인조로, 피해자를 유혹해 술집으로 끌어들인 뒤 과도한 술값을 청구하는 방식의 사기행각을 지난 6개월 간 벌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논란은 공안 당국이 공개한 7명의 용의자 중 칭천진량(卿晨璟靓)이라는 여성이 “미모가 뛰어나다”는 이유로 일부 누리꾼의 지지를 받으면서 불거졌다. 칭천진량의 정확한 신원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전 직장 동료의 진술에 기반해 19세 가량의 젊은 여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수배글에 “저 여성은 좀 예쁜데?”, “(범죄자만 아니면) 내가 먹여 살릴 수 있는데 아깝다”, “예뻐서 나도 한 번 속고 싶다” 등 댓글을 달며 용의자의 미모에 집중했다.

칭천진량의 중고교 동창과 전 직장 동료를 자처하는 누리꾼도 나타나 “학창시절 교실에서 가장 예쁜 여학생이었다”,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외향적인 성격에 자신의 외모에 자부심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여성의 이름은 중국 최대 온라인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까지 오르내리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또다른 누리꾼들은 ‘미모’가 범죄의 면죄부로 변질되면 안된다며 “아무리 예뻐도 범죄는 안된다“, “외모를 사기 수단으로 사용한 건 더 나쁘다” 등의 댓글로 이들을 지적하고 나섰다.

몐양시 공안 당국도 25일 재차 웨이보에 글을 게시하며 “예쁜 몸뚱이(皮囊)를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단서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를 부탁한다”면서 외모에 속아 범죄자를 봐주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강도얼짱’ 이 모씨의 수배전단과 팬클럽의 지지글(왼쪽),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범죄자’라는 별명을 가진 제레미 믹스의 머그샷.
한편 범죄자의 미모가 화제 됐던 사례는 국내에도 존재한다. 2004년 ‘강도얼짱’이라는 별명으로 화제가 된 특수강도 용의자 이 모씨의 경우, 온라인 팬카페가 개설돼 6만 명의 회원이 가입하는 등 논란이 됐다. 팬카페 회원들은 ‘당신은 잘못이 없다’ 등의 용의자 옹호 발언으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후 검거된 이 모씨가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는 말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또 미국에서는 2014년 갱단 출신의 범죄자 제레미 믹스가 불법무기 소지 혐의로 검거되며 찍은 머그샷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범죄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6년 출소 후에는 범죄에서 손을 떼고 패션 모델로 변신했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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