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아이돌 가수, 예방의학 로봇 발명가로 새 삶

phoebe@donga.com2018-08-10 14: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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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일본 아이돌 이토 마이코
1980년대 일본 아이돌 이토 마이코(伊藤麻衣子‧54)씨가 와세다 대학 대학원에서 간호 및 질환 예방 로봇을 개발해 학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로코모티브신드롬(운동 기능 저하 증후군) 예방하는 지원 로봇 ‘로코뾴’ 개발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이토 씨를 니케이 스타일이 8월 10일 인터뷰했습니다.

10대 중반이던 1983년 신주쿠 음악제를 통해 가수로 데뷔한 이토 씨는 현재 와세다 대학 인간과학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가수, 탤런트 등을 했던 이토 씨와 로봇 개발은 어찌 보면 연결이 잘 되지 않는데요. 50대,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인생 2막을 그는 어떻게 해낼 수 있었던 걸까요.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터치’에서 튀어나온 듯 귀여운 외모의 이토 씨는 데뷔 직후부터 노래도 연기도 진행도 할 수 있는 인기 아이돌로 TV와 잡지, 영화 등 미디어를 장악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 후 거대 연예기획사를 떠나 독립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일본 아이돌 이토 마이코
그러다 슬슬 대중에게서 멀어졌습니다. ‘텔레비전을 틀면 당연히 나오는 아이돌’이었던 이토 씨는 점점 주 무대가 지방 행사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영화 주인공, 잡지 표지 모델 등 당연했던 일이 스르륵 사라졌고 떨어졌다고 이토 씨는 말했습니다.

“지금부터 생각하면, 아직 세상의 무슨 뜻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 몸으로 큰 우산 (대형 사무소) 아래에서 나가서 스스로 지내는 건 무모하면서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10년, 20년 세월이 흘러 어떻게 든 살아 있었죠. 자신을 내려다보고 깨달았습니다.”

그는 어두운 시절을 자신을 도왔던 많은 이들에게 빚을 졌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보답하는 게 자신의 소명이라고 했습니다.

“발버둥 치면서 괴로워하다 모든 것을 체념할 줄 알았어요. 그런 때조차 뜻하지 않게 다양한 사람들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계셨습니다. 언젠가 그런 많은 사람과 세상에 보답하지 않으면 하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곤란한 사람이 보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될까. 나에게 그런 기술이 있는지 자문자답했습니다.”

연예계밖에 모르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던 이토 씨. 그는 어쩌면 대학에 가면 해답을 찾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우연히 일본 문부과학성과 도쿄대학 의학 연구소의 나카무라 유스케 교수가 만든 ‘맞춤 의료 실현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영상의 제작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대본을 암기하고 시키는 대로 연기만 하면 됐는데, 그럴 수 없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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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과학이나 게놈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투성이니까 왠지 필사적으로 관계 서적을 읽었고, 흥미가 생겼습니다. 정말로 알고 싶으니까 교수님께 자꾸 질문했고, 진심이 통했는지 교수님도 정중하게 일러주셨죠. 거기서 ‘예방 의학’이라는 키워드에 매료됐습니다.”

2010년 그는 와세다 대학 인간과학부 e스쿨에 도전했습니다. 와세다 대학 e스쿨은 통신 교육 과정이라고는 하나, 선택된 과목을 시간 내에 이수하지 않으면 제적되는 혹독한 과정입니다. 학비는 통학생과 같은 연간 100만엔(한화로 약 1000만 원) 수준으로 싸지는 않습니다. 성적 평가는 엄격하게 진행됩니다. 세미나도 있고, 프레젠테이션도 있습니다. 졸업 논문도 있습니다. 연예계라는 엄청난 경쟁 사회를 살아온 이토 씨에겐 빡빡한 과정이 익숙하고 좋았다고 합니다.

공부하다가 동급생인 성형외과 의사가 반에서 말한 ‘로코모티브신드롬(운동기능저하 증후군)’이라는 단어가 귀에 남았습니다. 그 뒤 반 친구나 교수와의 토론을 통해 열정적으로 공부한 그는 복지 로봇 개발로 유명한 이 대학 카베 아키요시 교수의 가르침을 독자적으로 융합시킨 논문과 함께 ‘간병 예방 로봇 1호’ 작품을 만들어 학계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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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본 업계의 러브콜도 있었지만, 그는 2014년 석사과정에 진학합니다. 이제는 캠퍼스에 매일 찾아가 살다시피 했습니다. 연예인으로서 나고야 방송, 지방 촬영까지 병행했던 이토 씨. 그는 아이돌 시절 못지않은 빠듯한 일정 속에서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석사 과정 2년간 과제, 논문, 탁상형 로봇 개발 등을 혼자 한 이토 씨. 그는 “재료 조달 협상도 제가 했다. 조연출은 없으니까”라고 말하며 웃었습니다.

2016년에 석사 과정을 수료한 이토 씨는 더 높은 곳을 목표로, 박사 과정으로 나아갔습니다. 현재도 ‘예방 의학’을 촉진하는 로봇 ‘로코뾴’ 개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귀여운 토끼 인형 모양의 로코뾴은 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운동기능이 쇠약해져 가는 증상을 줄이기 위해 매일 스쿼트 운동을 도와주는 로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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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에 대한 보은’이라는 뜻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이토 씨는 “직장인도 입사 시험을 통과하면 그 후의 인생은 탄탄대로가 아닌 상황”이라며 “어떤 분야에서도 자신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아무도 거들어 주기 힘든 시대”라고 말했습니다.

“저의 경우는 한 걸음도 어제와 다른 내가 되기 위해 공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거, 지금 문제 해결에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일단 공부를 할까?’ 신기하게 공부한 것을 살릴 기회가 옵니다. 행운의 여신은 공부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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