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조롱’에 분노한 여성, 미인 대회 왕관 반납

hwangjh@donga.com2018-07-18 13: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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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대회 왕관 반납을 선언한 모드 골먼. 사진=모드 골먼 인스타그램
미인대회에서 입상한 20대 여성이 ‘미투 운동’에 대한 주최 측의 조롱에 반발하며 왕관을 반납했다.

미국 메사추세츠 플리머스 카운티에서 열린 미인 대회에서 ‘미스 플리머스 카운티 2018’로 뽑힌
모드 골먼(Maude Gorman·24)은 지난 7월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스 플리머스 카운티 2018’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사임한다”고 선언했다. 미스 매사추세츠 선발 무대 펼쳐진 ‘#미투 운동’을 조롱하는 농담 때문이다.

당시 무대에서 한 여성 진행자는 왜 수영복 심사가 제거됐는지 모르겠다며 “이해하려 노력 중이에요. 신이시여,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요”라고 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했다. 이어 ‘신’ 복장을 한 사람이 무대에 등장해 “저도요(Me too), 에이미”라고 답했다. ‘#MeToo’라는 글씨도 함께 들고 있었다. 관중들은 이 같은 콩트에 크게 웃었지만 골먼은 아니었다.



미인대회 왕관 반납을 선언한 모드 골먼. 사진=모드 골먼 인스타그램
그는 자신 역시 성폭력의 피해자였다고 고백했다. 13살 무렵 3명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그 사실을 3년반 동안 숨겼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을 겪었다는 고백이었다. 그는 “미스 아메리카 조직위원회가 젊은 여성들에게 만들어주는 기회에 대해 감사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면적인 갈등에 휩싸여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골먼은 미스 플리머스 카운티 타이틀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했다. 성폭력 사건의 생존자이자 피해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모든 일들이 그냥 지나가 버리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선언이었다. 그는 “그 대신 나는 용기있게 목소리를 내고, 미투 운동으로 인해 해방감을 느끼게 된 모든 이들을 위해 일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권리와 자유를 빼앗아 가는 그 누구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외침에 그와 뜻을 같이 하는 지지자들은 댓글을 통해 “당신의 용기에 감사한다” “사회가 당신에게 빚을 졌다” “난 당신을 모르지만, 당신 같은 여성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기쁘다”며 응원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 대회 조직위는 해당 내용에 대해 사과했으며 농담이 대본 등으로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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