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인사 “서울 월세 얼마냐” 호기심

동아일보
동아일보2018-07-06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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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반미구호 사라지는 등 변화
호텔서 명품 팔고 하이힐女 흔해 
5일 북한 평양 시내를 하이힐을 신은 여성, 아기띠를 멘 여성 등이 걸어가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측 취재진이 찾은 평양 거리에선 반미 구호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0cm가 넘는 굽의 킬힐을 신고 휴대전화를 든 채 걸어가는 북한 여성, 호텔 미장원에서 파마와 ‘머리빨기’(샴푸)를 하고 있는 중년의 부인, 서울의 집값에 관심을 보이는 북측 인사들….

남북통일농구대회 취재차 평양을 방문한 한국 취재진이 접한 5일 평양의 풍경은 과거와는 많이 달랐다. 평양시 곳곳에 설치된 선전 문구에선 반미 구호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심단결’이나 ‘만리마 속도 창조’ 등 내부 결속을 독려하는 내용들이 과거의 섬뜩했던 반미 구호를 대체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머물고 있는 고려호텔 상점에는 누텔라, 펩시 같은 외국 상품들이 진열돼 있었고 심지어 샤넬이나 구찌, 불가리, 랑콤 같은 명품 브랜드도 팔고 있었다. 호텔 지하 1층에 있는 미용실에선 오전부터 북한 여성들이 머리를 손질하고 있었다. 머리빨기와 건발(머리 말리기), 머리 모양 만들기(드라이로 헤어스타일을 만들어주는 것), 긴머리전기파마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이 30∼45달러인 파마는 머리 길이별로 가격이 달랐다.

거리에는 하이힐을 신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걷는 평양 여성들이 수시로 눈에 띄었다. 색깔과 장식이 화려한 양산을 사용하거나 높이가 10cm 이상 되는 킬힐을 신은 여성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북측 인사들은 취재진에 “서울의 방값이 한 달에 얼마냐”며 한국의 집값에 관심을 보였다.


자유로워진 분위기 속에서도 케이팝 같은 한국 문화는 제한을 받았다. 농구경기장에서 우리 측 박종민 장내 아나운서가 준비해 갔던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노래 30여 곡은 북측의 제지로 방송되지 못했다. 고려호텔 44층 회전전망대 식당을 비롯한 내부의 사진 촬영도 금지됐다. 거리에 걸린 김정은의 사진은 촬영할 수 있었으나 제대로 찍혔는지, 혹시나 김정은 사진 귀퉁이가 잘리진 않았는지 북측에서 일일이 검사했다. 사진이 잘 찍힌 김정은 사진을 보고서는 “아, 아주 반듯하게 (사진 속에 김정은을) 잘 모시었습니다”라며 웃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