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부장 실격!” 부하가 내게 이메일을 보냈다

최현정 기자
최현정 기자2019-06-30 14: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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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의 ‘을질’에 지친 일본 상사의 비명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인터넷의 보급으로 직장환경이나 일하는 방식이 크게 바뀌면서 일본에서 부하가 상사를 괴롭히는 ‘역 파워하라’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말로 하면 갑질의 반대되는 ‘을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닛케이 스타일(Nikkei Style)은 부하의 상사 괴롭힘 실태와 대처법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 부하로부터 신랄한 편지



도쿄 대기업에 근무하는 50대 부장 A씨의 30대 부하 B의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두 사람은 디지털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데 나이가 많은 A씨는 IT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B씨는 “부장의 지시는 부적절하며 관리자 능력을 의심케 한다”라는 편지를 여러 번 보냈습니다.

그리고 B씨가 A씨에게 “당신은 부장 실격이다. 자료를 다시 작성하라”라고까지 요구해 마치 상하관계가 뒤바뀐 상황이 됐습니다.

A씨는 자신감 상실로 괴로워했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상담하지 못했습니다. 디지털 기술에 관한 지식은 분명히 부하 B씨가 우위였으니까요. 만약 직속상관에게 상담한다면 자신의 무능과 관리 능력 부족만 드러낼 뿐 결국 고민만 했습니다. 그러나 A씨의 정신질환 사례가 발각되면서 A씨가 인사 이동되고 상사와 부하의 관계는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닛케이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이 2012년경 이미 부하의 ‘을질’을 조사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상사에게 폭력을 가하는 극단적인 사례는 극히 적지만, 희롱하거나 무시하는 등 부하에게 괴롭힘을 받았다는 상담도 실제 있었다고 합니다.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한 IT기업에서 상사에게 갑질을 당해 우울증을 앓았다고 진정한 과장 C씨. 진짜 원인은 부하들의 무시와 반대 등 을질이었다고 합니다.

“분명히 내 상사는 권위주의적이었지만, 내가 괴로워한 것은 부하들이 내 지시를 무시하고 실적이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방에서 도쿄 본사로 부임한 직후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업무를 맡았습니다. 항상 올바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상사의 지시는 들어도 나를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그 결과 부하들을 장악하지 못했다고 상사에게 여러 번 질책을 들었습니다.”

직장에서 고립된 C씨는 결국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사내에서는 C씨의 우울증 원인이 상사의 괴롭힘 때문으로 알려졌지만, C 씨는 “부하가 원인이라는 걸 부끄러워 말할 수 없었다”라고 한탄했습니다.


후생노동성이 2016년 정리한 ‘직장 괴롭힘’ 조사에서는 상사의 갑질이 압도적으로 많아 76.9%였습니다. 한편 부하의 을질은 1.4%였습니다. 그러나 닛케이와 인터뷰한 변호사는 “부하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털어놓기가 꽤 힘든 경우가 많다”라며 “상사 실격이라는 낙인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닛케이는 부하의 상사 괴롭힘의 배경에는 부하에게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쓰는 상사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합니다.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변호사 토모츠네 마리코 씨는 “인터넷의 발달로 부하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과민 반응을 보이고, 보스를 공격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라며 소심한 상사를 겨냥해 괴롭히는 ‘괴물 사원’이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직장의 IT화가 진행되면서 IT활용 능력이 높은 부하와 상사 사이에 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 능력이 없다고 부하가 매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요즘 일본 직장에서 유행하는 인사 평가 방법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부하도 상사를 평가하는 ‘360도 평가’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여러 부하가 마이너스 평가하면 실제로 지위를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기업에서 능력 위주의 수평적 관계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중간 관리자는 샌드위치 상태입니다. 경영진은 여전히 어려운 지시를 내지만, 중간 관리자는 부하들에게 가혹하게 밀어올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이 ‘을질’로 발전한 것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습니다.

부하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상사는 우울증이나 정신적 질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닛케이는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털어놓고 말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회사의 내부자에게 상담받을 수 없는 경우, 많은 대기업에서 익명으로 외부 창구에 상담을 청할 수 있게 했습니다. 부하와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소송까지 갈 경우에는 메일이나 녹음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은 상사 스스로가 다시 리더십과 관리 능력을 높이고 부하에 대한 지도력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필요에 따라 때로는 상사는 엄격하게 부하를 지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나는 좋은 사람”, “마음이 약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