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영상통화 하고파” 스마트폰 사려 머리카락 잘라 판 소녀

celsetta@donga.com2018-02-26 16: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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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MP
중국 샨시 성에 사는 허 징링(12)양은 도시로 일하러 간 엄마와 일 년에 한 번 정도밖에 만나지 못 합니다. 엄마는 아빠와 이혼한 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도시로 떠났습니다. 이동하는 시간과 교통비 때문에 엄마는 딸을 자주 만나러 올 수 없었습니다.

다정한 조부모님 덕에 밝게 자라고 있는 허 양이지만 사실 마음 속으로는 늘 엄마가 그리웠습니다. 영상통화라도 자주 하면 좋을 텐데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스마트폰을 사 달라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집 근처 야산에서 약초를 키우고 닭을 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기에 아이는 더욱 말을 꺼낼 수 없었습니다. 한 푼 두 푼 모아둔 비상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얼마 전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하는 것을 본 허 양은 ‘머리카락’을 팔기로 결심했습니다. 아기 때부터 쭉 길러 온 머리카락은 엉덩이에 닿을 정도로 길었습니다. 아이는 삼단 같은 긴 머리를 싹둑 잘라 300위안(약 5만 원)에 팔았습니다. 스마트폰을 사려면 아직 돈을 더 모아야 하지만 한 번에 300위안을 모았다는 사실에 허 양은 기뻐했습니다.

“우리 엄마는 멀리 계시고 통화가 길어지면 전화요금도 많이 나가니 항상 짧게 통화할 수밖에 없었어요. 친구가 자기 엄마랑 영상통화 하고 엄마와 찍은 사진을 폰에 저장해 놓은 걸 볼 때마다 부러웠어요.”

허 양의 사연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시골지역 빈곤 가정 증가는 중국 내 중요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 고향을 떠난 부모가 도시에서 돈을 벌어 송금하고, 아이는 조부모 손에 자라며 부모를 그리워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환으로 쇠약해진 조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 해 사실상 방치된 상태에서 성장하는 어린이들도 많습니다.

허 양의 할머니 장 슈펑 씨는 “손녀가 반에서 5등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 하고 의젓하다. 집 안이 어두워 추운 바깥에서 공부하면서도 성적이 좋다. 크면 대학에 보내주고 싶은데 그럴 돈이 없어 걱정”이라며 슬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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