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 체포 결정적 증거 된 ‘셀카’ 한 장, 결정적 실수는…

yspark@donga.com2018-01-18 17: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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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엔 로즈 앙투안(왼쪽)과 브리트니 가골. 앙투안이 페이스북에 올린 이 사진은 가골을 살해한 범인을 찾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친구야, 지금 어디에 있니? 너의 소식을 알 길이 없구나. 네가 무사히 집에 돌아오길 바라.”

캐나다 새스커툰에 살고 있는 샤이엔 로즈 앙투안(현재 21세·여)은 2년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이 같이 쓰며 친구 브리트니 가골(사망당시 18세·여)과 함께 찍은 셀피(Selfie·자가촬영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 속 두 소녀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환히 웃고 있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 CBC에 따르면, 캐나다 서스캐처원 주 새스커툰 경찰은 당시 앙투안이 페이스북에 올렸던 ‘셀피’가 2015년 일어난 브리트니 가골 살해사건의 진범을 잡는 데에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3월 어느 날 밤을 마지막으로 가골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가골이 실종 직전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던 이는 그의 친구 앙투안이었다. 친구의 실종 소식을 접한 앙투안은 페이스북에 가골을 그리워하는 글과 함께 둘이서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로부터 몇 시간 뒤, 가골은 새스커툰의 한 쓰레기장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가골은 신발이 벗겨진 채 엎드린 자세였다. 시신 옆에는 벨트가 하나 놓여 있었다.

앙투안은 경찰 진술에서 가골이 같이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어떤 이름 모를 남자와 함께 떠났다고 주장했다. 그 뒤로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앙투안의 진술에서 허점을 발견했다. 앙투안이 언급했던 술집 인근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두 사람은 이 술집에 간 적이 없었다.

시신과 함께 발견된 벨트는 중요한 증거물이었다. 경찰은 범인이 벨트를 살해 도구로 썼을 것으로 추정했다. 벨트 주인의 정체는 어이없이 쉽게 드러났다. 앙투안은 앞서 페이스북에 올렸던 셀피에서 이 벨트를 매고 있었다. 친구와 우정을 과시해 경찰의 의심을 피하려 했던 시도가 되레 화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경찰은 앙투안의 주변 인물들을 캐물어 관련 진술도 확보했다. 앙투안의 한 친구는 가골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날 밤, 앙투안이 술에 취해 흥분한 모습으로 집에 찾아와서는 “가골과 다툰 뒤 그 애를 때리고 목을 졸랐다”고 털어놨다고 말했다.

앙투안은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그는 사건 당일 가골과 함께 술을 마셨다며, 당시 술에 취해 있어 친구를 죽인 사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자신이 가골을 살해한 혐의는 인정했다. 앙투안은 법정에서 고살(故殺·우발적 살인)죄가 인정돼 15일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앙투안은 변호사를 통해 “그 애를 다시 돌려놓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너무 미안하다.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고 말했다. “가골은 내 가장 친한 친구였다”던 앙투안은 가골의 가족에게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고만 전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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