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스마트폰 충전하다가 ‘전기 도둑’ 소리 들었는데…”

yspark@donga.com2017-10-26 1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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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Pixabay)
“회사에서 스마트폰을 충전하다가 ‘전기 도둑’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이 경우 정말 전기 절도가 맞나요?”

얼마 전 일본판 ‘지식인’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의 ‘치에부쿠로(知恵袋·지혜주머니)’에 올라온 질문이다.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이 된 가운데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직장에서 스마트폰을 충전하면 민폐” 더 나아가 “전기 도둑”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제와 새삼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현지 일부 언론에서 이와 관련한 칼럼을 거의 매년 내놓고 있다.

‘치에부쿠로’에서 관련 내용을 더 찾아보면, “동료들이 직장에서 스마트폰을 충전합니다. 이거,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전철역에서 스마트폰 충전한 고등학생에게 철도회사가 전기세를 물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스마트폰을 한 시간 정도 충전하면 전기세는 얼마 정도 나올까요” “여러분 회사에서는 스마트폰 충전할 수 있나요?” 등 질문이 쇄도한다.


“직장에서 스마트폰 충전하는 게 문제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한 네티즌은 “기본적으로는 안 된다. 사적으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건 금지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라며 “다만 회사에 따라 묵인하고 있는 곳도 있고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회사도 있다. 회사방침에 따르면 된다”라는 답변을 달기도 했다. 다른 관련 질문에 달린 답변을 봐도 대체로 이 같은 분위기다.

일본 인터넷매체 캐리어 커넥션 뉴스는 최근 칼럼에서 “회사에서 지급한 스마트폰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개인기기 충전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다수”라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회사에서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것이 별 문제가 없다는 이들은 “상사들도 모두 하고 있고, 충전기를 빌리는 일도 잦다. 직장의 분위기나 상사 행동에 따라 다를 듯” “고작 휴대폰 충전도 못 하게 하는 회사를 어떻게 다닐까”라고 말한다.

반면 “돈 문제가 아니다. 회사에서 자기 휴대폰을 충전하는 게 뭐가 나쁜지 모르는 것인가. ‘그럴 수도 있다’는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회사 컴퓨터 USB를 통해 충전하면 스마트폰 데이터가 외부로 빠져나갈 위험도 있다” “(충전)하고 있다는 상사가 비상식적”이라는 이들도 있다.

매체는 “직장에서 ‘절도’라고 비난받긴 어렵겠지만, ‘스마트폰 충전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단정 짓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을 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회사 등 공공장소에서 개인기기를 충전하면 정말 ‘절도죄’가 성립할까.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04년 출장 중이었던 한 샐러리맨이 회사에 이메일을 보내기 위해 나고야 역에 있는 콘센트에 노트북을 연결해 5분간 사용했다. 그는 철도 경찰대에 발견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피해액은 단 ‘1엔(약 10원)’이었다. 2007년에는 오사카에서 중학생이 편의점에 있는 콘센트로 15분간 충전했다가 불구속 입건됐다. 피해액은 마찬가지로 1엔.

변호사 타니하라 마코토 씨는 이와 관련해 자신의 블로그에서 “형법 제 245조에 따르면 전기는 재물로 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법적으로 ‘재물’이란 ▲형태가 있는 것 ▲관리할 수 있는 것 ▲휴대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또 물, 가스, 전기 등 에너지도 재물에 포함한다.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면 절도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사무실에서 무단 충전하고 있는 분, 피해금액이 1엔이라도 법적으로 절도죄가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거 투표용지, 대학 입시 시험 문제지, 신사에 있던 돌, 땅에서 캔 흙 등도 과거 판례에서 ‘재물’로 인정받아 절도죄가 성립한 바 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법적으로는 통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흔히 카페 등에 손님을 위한 기기 충전용 콘센트를 마련해 놓고 있어 모르고 무심코 넘어가기 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사무실이나 남의 가게에서 전기를 사용하면 절도죄가 될 수 있다니, 주의가 필요하겠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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