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사실 알려지면 결혼 못할까 봐…” 가족 살해한 남자

celsetta@donga.com2017-09-12 16: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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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브렛 라이언. 사진 Toronto Star
‌우=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석궁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30대 캐나다 남성이 ‘비밀’을 숨긴 채 여자친구와 결혼하려다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9월 10일 미러(Mirror)등 해외 매체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용의자 브렛 라이언(Brett Ryan·35)은 여자친구 크리스틴 백스터(Kristen Baxter)의 아파트에서 동거하며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웨딩마치를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는 평범한 남성처럼 보였지만 브렛에게는 복잡한 과거가 있었습니다. 그는 토론토와 더럼 지역 은행 8곳에서 강도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2009년 징역 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했습니다.

브렛은 예전부터 ‘연기’에 익숙했습니다. 그는 고급 옷을 깔끔하게 차려 입고 가짜 수염을 붙여 믿음직한 신사처럼 꾸민 뒤 가게 점원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며 사기를 치기도 했습니다. 그는 교도소에서도 점잖게 행동해 3년만 복역하고 모범수로 풀려났습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출소한 뒤 그는 크리스틴을 만나 교제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크리스틴에게 자기가 죄를 짓고 감옥에 갔다 왔다는 사실을 고백했지만 대학을 중퇴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2016년 4월에는 ‘이제 졸업했고 곧 취업할 것’이라고 거짓말하기도 했습니다.

두 달 뒤 브렛은 정말로 IT기업에 취업했고 크리스틴은 자기 일처럼 기뻐했습니다. 둘은 결혼 계획을 세웠으나 브렛은 얼마 뒤 범죄 기록이 들통나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말았습니다.

브렛은 이번에도 연인에게 솔직히 털어놓는 대신 거짓말을 택했습니다. 그는 계속 회사에 출근하는 척 하며 뒤로는 어머니 산드라(Sandra·66)에게 도움을 구했습니다. 산드라는 못난 아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금전적인 도움을 주면서 “크리스틴에게 (직장에서 해고 당했다고) 사실대로 털어놓아라. 결혼할 사이에 그러는 거 아니다. 네가 말 안 하면 나라도 하겠다”고 충고했습니다.

어머니가 여자친구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면 결혼이 무산될까 봐 불안해진 브렛은 끔찍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는 2016년 8월 25일 점심시간에 어머니 집을 방문해 차고에 석궁(crossbow)을 놓아두었습니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본인이 살던 아파트에 노트북으로 코미디 동영상도 틀어 놓고 이메일도 자동으로 발송시키도록 세팅해 두는 치밀함까지 보였습니다.

산드라는 집에 찾아온 아들 브렛과 말이 통하지 않자 장남 크리스토퍼(Christopher·42)에게 전화해 “네가 좀 말해 보라”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브렛은 미리 놓아둔 석궁에서 화살을 뺀 뒤 어머니를 찌르고 나일론 끈으로 교살했습니다. 전화를 받고 찾아온 큰형 크리스토퍼까지 석궁으로 쏘아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브렛의 끔찍한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머니와 형의 시신을 차고로 옮기고 방수천으로 덮어 살인을 은폐하려 했고, 때마침 귀가한 막냇동생 알렉산더(Alexander·29)가 이 장면을 목격하자 몸싸움을 벌이다 동생마저 석궁 화살로 찔러 살해했습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참극이 벌어지는 동안 아무 것도 모르고 자기 방에 있던 차남 리(Leigh·38)가 뒤늦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내려왔을 때는 이미 사방이 피바다였습니다. 브렛은 둘째 형인 리마저 죽여 입막음하려 했으나 리는 간신히 이웃집으로 도망쳐 목숨을 건졌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브렛은 “내가 모두를 죽였다”며 순순히 혐의를 시인했습니다. 그는 2017년 7월 1급과 2급 살인죄로 2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브렛은 “처음엔 단순히 어머니가 여자친구에게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도록 설득할 생각이었다”고 말했으나 용의주도하게 석궁을 준비한 점, 자기 아파트에 알리바이를 만들어 두고 나온 점 등이 고려됐습니다.

판사는 “정말로 끔찍한 사건이다. 한 가정이 거짓말 때문에 몰락했다”고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어머니와 형제들의 목숨을 빼앗은 브렛. 은행강도이자 사기꾼이었던 과거를 알고도 받아준 여자친구 크리스틴에게 대학 중퇴나 해고에 대해서는 왜 말하지 못했을까요. 반복된 거짓말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낳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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