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8월인데…가을, 왜 이리 빨리 온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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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동아일보|
사진=동아일보 DB
29일 오전 출근길 시민 상당수는 긴팔 외투를 걸쳐야 했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17.3도, 춘천 17.4도, 강릉 19.7도, 광주 20.8도로 전날 폭염주의보가 내린 경남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년 최저기온을 1∼3도가량 밑돌았다. 기상청은 “9월 중순에 해당하는 기온”이라고 밝혔다. 전국 대부분 지역 가시거리도 20km에 이르러 청명한 가을 날씨를 보였다.

이런 때 이른 가을은 8월 중순부터 예고됐다. 서해상의 저기압 영향으로 중부지방에 비가 오고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28일까지 8월 전국 주요 10개 도시 총 강수량은 2587mm로 장마가 있던 7월 강수량(3042.9mm)에 육박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저기압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이달 13∼28일 중부지방 평균 최고기온은 28.0도로 가을장마가 이어진 2014년(26.9도)을 빼면 2010년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이 기간 평균 최고기온이 31.9도로 올해보다 3도 이상 높았다. 기상청은 “지난해는 남동쪽에 북태평양고기압이, 서쪽에 뜨거운 대륙고기압이 자리하면서 찬 공기의 남하를 막는 ‘블로킹 현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현상으로 고기압이 오래 한반도에 머물면서 맑은 날씨로 기온이 계속 올랐다는 것이다.

반면 올해는 동쪽에 고기압이 발달하지 않아 한반도 서쪽에 있던 대륙고기압이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를 빠져나갔다. 자연스럽게 빈 공간에 북쪽의 찬 공기가 내려왔고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을 밀어내면서 이른 가을이 찾아왔다.

이런 기후 변화는 미국 남부지방을 강타한 역대 최악의 허리케인을 만들기도 했다. 물결 모양으로 흐르는 찬 공기가 한반도와 태평양을 지나 북미대륙에 이르러 위로 볼록하게 올라가면서 허리케인 ‘하비’에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남부 텍사스주 휴스턴은 며칠 새 1200mm가 넘는 비가 내려 말 그대로 물바다가 됐다.

우리나라는 10월 초까지 별다른 태풍 소식이 없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남쪽으로 크게 물러난 데다 태풍 예보도 없어 지금과 같은 청명한 가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지난해에는 9월 한반도를 살짝 비켜 간 태풍들이 뜨거운 공기를 몰고 와 9월 중순까지 더운 날씨가 이어졌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유통업계는 성큼 다가온 가을맞이로 바빠졌다. 백화점들은 이미 가을·겨울 상품 기획전에 들어갔다. 온라인 쇼핑몰도 ‘가을 신학기 대전’ ‘가을의류 모음’ 같은 가을 상품 전용 코너를 선보였고 마트에는 추석 선물세트 진열대가 들어섰다.

30일에도 전국 낮 기온이 9월 중하순 같은 기온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주까지 전국이 중국 산둥반도 부근 고기압의 영향을 받으면서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이겠다. 기상청은 당분간 아침 기온이 평년보다 3∼5도 낮고 일교차도 10도 내외로 커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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